관악구 감정노동자 권익보호 사업 <함께 해결하는 시간> 참가자 후기 ① 허우적거리다

작성자
노동복지
작성일
2019-08-06 13:48
조회
1297
2019년 7월 23일, 26일, 30일, 감정노동산업 종사자분들과 함께 감정노동산업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해결을 모색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관악구 감정노동자 권익보호 사업으로 기획되어, 비폭력트레이너 네트워크 아침, 쥬님과 함께 프로그램을 진행했습니다. 3회차 프로그램에 모두 참가하신 '오리너구리'님의 후기를 올립니다.



<허우적거리다> - 오리너구리

후기를 쓰기에 앞서 소개를 하자면 저는 유아교육과를 다니고 있는 학생입니다. 그리고 학교 근처 유치원에서 보조교사로 일하고 있는 노동자이기도 하지요. 저에게 이런 경계는 그전까지 흐릿했습니다. 분명 감정 노동이나 수당 문제로 힘들지만 언젠가 이 분야에서 계속 일을 하게 될 ‘학생’의 입장이란 생각에 직장에서 스트레스를 받아도 참고 견뎌야 했습니다. 그래서 진지하게 퇴사 고민을 하고 있었는데 그 과정에서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이 프로그램을 수강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3회 차부터 참여하게 되었는데 그날 주제는 고민 나무를 그려 원인-문제-결과를 파악하는 활동을 했습니다. 이 활동을 통해서 저는 제가 왜 이렇게까지 힘이 드는지 알게 되었습니다. 사실 그동안은 막연하게 스스로를 탓하거나 유치원 욕을 했는데 원인을 파악하고 나니까 개운한 상태로 다시 기분이 안 좋아졌습니다. 아, 결국 답은 퇴사인가 하는 확신이 들더라고요. 그래도 처음 만난 사람들도 다들 좋았고 비슷한 입장이라 생각하니 위로가 되어서 다음에도 참여해야지 싶었습니다.

두 번째 날은 본질 파악하기입니다. 날 괴롭게 하는 상사의 권력이 어디서 나오는지 분석하고 그걸 깨부수기 위해서 어떤 노력들을 할 수 있는지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이었는데.. 생각보다 제가 알고 있던 노동 지식들이 적어서 참여를 제대로 하지 못한 것 같아 아쉬웠습니다. 그러나 도리어 다른 분들의 이야기를 듣고 배워가는 것들이 많았다고 생각합니다. 그동안 어딘가에서 일을 하거나 공부를 하는 것이 한없이 개인적으로 느껴졌는데 노동법이나 노조에 대한 설명들을 듣고 나니 ‘아 나를 지켜주는 무언가가 존재했구나.’ 하는 게 느껴졌습니다. 그러나 동시에 권리를 찾아가는 그 길이 쉽지 않다는 것도 느꼈습니다. 평화란 단어는 어감 그자체로 편안하고 안전해 보입니다. 하지만 실제로 그 평화를 누리기 위해선 누군가와 맞서 싸워야하고 그로인한 불이익을 견뎌내야 한다는 점에서 저는 다시 한 번 무력감을 느꼈습니다. 어려운 문제인 것 같습니다. 분명 제가 누리는 권리들도 앞서 누군가가 이런 투쟁을 견디고 나서야 얻어진 것들 일 텐데.. 막상 제가 한다고 생각하면 겁이 났습니다. 그러나 문제를 해결할 또 하나의 방향을 찾았다고 생각합니다.

세 번째 시간엔 올지 말지 고민했는데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날은 미래에 대해 목표를 세워보고 그것이 이루어졌다는 가정 하에 그간의 과정들을 나열해보는 시간이었는데 너무 좋았습니다. 어쩌면 지난 시간의 어려움은 이번 시간을 위해 있었던 것처럼 이번 프로그램이 주는 메시지가 너무 좋았어요. ‘이미 모든 건 지나갔고 우린 목표를 이루었어! 그 과정 속에서 힘든 일도 있었지만 그것조차 목표를 이루기 위해선 필요한 시간들이었지.’라고 말해주는 것 같았습니다. 그 메시지가 제겐 큰 위로가 되어서 집에 가서도 언니랑 몇 번 해보고 잤던 기억이 납니다.

처음엔 많이 지쳐있던 상황이었는데 프로그램을 다 마치고 나니 답답했던 마음이 얼추 정리가 되었음을 느꼈습니다. 아마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공감을 하고 위로를 받으면서 조금씩 치유가 된 것 같습니다. 물론 당장 무언가가 해결된 건 아니지만 해결해나갈 준비가 되었다는 점에서 뜻깊은 시간들이었습니다. 좋은 기회를 마련해주신 관악구노동복지센터에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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