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7월 9일과 16일, 감정노동산업 종사자분들과 함께 스트레스를 풀고 긍정의 힘을 기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관악구 감정노동자 권익보호 사업으로 기획되어, 김현미 선생님과 함께 예술치유로 나를 이해하는 시간을 진행했습니다. 2회차 프로그램에 모두 참가하신 '정이'님의 후기를 올립니다.

 



<내가 ‘나’를 만날 때> - 정이

3년을 넘게 한 직장에서 일하며 반복되는 업무에서의 지침, 사람들을 직접 만나야 하는 감정노동 속에서 7월에 진행된 ‘예술치유로 나를 이해하는 시간’은 지금 저에게 꼭 필요한 시간이었습니다. 일을 쉬고 싶다는 마음과 조금 더 힘을 내보자는 갈등으로 몸과 마음은 매일 전쟁을 치루고 있었고, 나를 달래 줄 무언가가 간절하게 필요했던 이 여름, 프로그램을 통해 나를 다독일 수 있었습니다.

첫 번째 시간에 진행된 색깔로 나의 감정을 알아보는 시간은 엄청난 예언자라도 만난 것 같았습니다. 그저 색칠했을 뿐인데, 그 색과 글 안에는 지금의 내가 그대로 녹아 있었고, 무심코 지나쳐 버린 ‘나’를 마주할 수 있었습니다. 매우 신기하기도 했고 한 편으로 내 자신이 나를 괜찮은 척하며 버티고 있었구나란 생각도 들어서 스스로 놀랍기도 하고 측은하기도 하였습니다.

이러한 복잡한 마음이 드는 가운데 천사점토를 가지고 주물럭 주무럭 거리는 활동을 하였습니다. 세상에, 이것도 신세계였습니다. 점토, 클레이는 가끔 만져봤는데 천사점토는 정말 천사같은 존재였습니다. 그 부드러운 촉감과 하얀 색채를 바라보며 내 마음대로 마구 뭉개지고 마구 늘어나고 때론 꾹꾹 누리기도 하고. 마음의 나쁜 에너지를 다 천사점토에 쏟아내도 천사점토는 여전히 하얗고 부드러웠습니다. 누군가에게 감정을 쏟아내지 않고 촉감 놀이를 통해 치유되는 것을 느꼈습니다.

2차시의 타임캡슐을 만들며 나의 십년 후를 상상해보는 일은 즐거우면서도 괴로웠습니다. 까마득한 십 년 후이기도 했고, 기대되는 십 년 후의 나이기도 했습니다. 한 문장 한 문장 적어나가며 소원을 빌 듯 공을 들여서 적었습니다. 제발, 부디 십년 후의 내가 이 타임캡슐을 열었을 때 나에게 실망하지 않는 ‘나’를 만나길 간절하게 소망해보았습니다.

프로그램 진행 동안 가장 아쉬웠던 것은 시간이었습니다. 너~~~무 짧아요. 강사님께서 진행하고 싶으셨던 내용은 3배는 더 많았던 것 같아요. 하지만 주워진 시간 안에서 엑기스만 하려다 보니 시간이 너무 부족했습니다. 내 인생의 파노라마도 한 번 해보고 싶었고, 나의 소원 작성하기도 직접 해보면 더욱 좋았을 것 같은데, 결국 숙제로 남겨졌습니다. 이 숙제를 나는 과연 언제 할 수 있을까란 생각을 하며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사실 핸드폰을 덜 하고, 티비를 덜 보면 할 수 있을 텐데, 집에 딱 도착하면 씻고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고 수동적으로 할 수 있는 일들을 찾고 휴식을 취하게 되는데 이런 프로그램을 통해 능동적으로 ‘나’와 마주하는 시간을 갖는다는게 가장 의미있었던 것 같습니다. 나의 마음은 괜찮은가? 나는 두려움, 불안으로 망설이고 있지 않은가? 이 감정들의 근원은 무엇인지 깊이 있게 해 볼 여유도 없이 살아가니까요. 어쩌면 나의 마음을 직면하는 것 자체가 두려워서 미루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이 활동을 통해 나는 ‘나’의 마음을 만나고 잠시라도 스스로를 위로하고 건강하게 나를 지키는 마음을 다져볼 수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이 프로그램에서 좋았던 것은 간식. 저는 세미채식을 실천하고 있는데 비건 김밥, 샌드위치를 따로 마련해주셔서 담당자분의 마음 씀씀이에 너무너무 감사했고, 그 밖에도 샐러드, 과일 등 맛있고 풍부한 간식으로 저의 혀과 위장이 힐링했습니다. ^^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쵝오!